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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 IT업계 이직기

오왕성 인턴

by rowan256 2024. 4. 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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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오왕성인턴입니다 :) 저는 자산운용회사 펀드매니저로 4년 정도를 일하다가 IT회사로 이직하여 개발자가 되었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금융업계 -> IT업계로 이직한 이직기를 써달라는 요청이 있어 오늘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할 말이 많고 재밌게 풀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요.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들이 도저히 하나의 글로 통합이 되지 않더랍니다. 양 업계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고 싶기도 하고, 옮기면서 제가 느낀 감정들과 어려웠던 일들도 막 하소연 하고 싶고 차이점도 쓰고 싶고 고민도 쓰고 싶고... 그래서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지만 그래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그냥 통일감 없는 채로 쓰기로 했습니다. ㅎㅎ 그럼 저의 이직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자산운용사 퀀트 시절

 

 퀀트란 금융 데이터를 수학,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기반한 투자전략 or 투자자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자산운용사의 “퀀트운용”이라 함은 펀드를 운용할 때 이러한 퀀트기법을 쓰는 포지션을 의미하는데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

 

1. 펀드에서 투자할 회사가 뭐 하는데인지는  몰라도 계산 열심히 하면 펀드 목적은 달성 가능.

2. 우리 팀 밖에는 이과가 없어서 남들이 우리 뭐하는지 모름.

3. 자리가 많지 않지만 경쟁자도 적음.

4. 기업의 주식 or 채권 등을 운용하지만 기업분석 글을 읽는 시간보단 코딩할 때가 많음. 근데 그 코드 누가 봐주지는 않음.

5. 사수가 없거나, 있어도 각자도생

6. 문과세계에 뚝 떨어진 공대생

 

 상당히 조용히 놀고먹기 쉬운 포지션인데 그렇다고 모두가 놀고먹지는 않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이과생이었으나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러한 퀀트운용을 하는 펀드매니저였다. 인덱스펀드에 여러 가지 포트폴리오를 섞어가며 초과수익(ɑ)을 만드는 것이 주 업무였다. 금융 내에서도 상당히 이과스럽고 코드를 짜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핀테크~테크핀 사이를 오가는 것이 내 운명이었던 것 같다. 살다가 보니 IT회사의 친구로부터 DeFi(공개 네트워크인 블록체인 개념을 금융과 합친 것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P2P금융)를 해보자고 제안이 왔고 수락하면서 나는 개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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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 묻어있는 금융 vs 금융이 묻어있는 개발


 개발 묻은 금융이나 금융 묻은 개발이나 뭐 그게 그거겠지 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투자전략 시뮬레이션이나 자동매매, 기업분석 등을 위해 나 홀로 열심히 코드를 짜봤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으로 “협업”의 과정이 없었으며 개발한 내용을 웹에 공개하거나 하는 등 IT회사에서는 당연한 것들은 나는 해본 적이 없었다. 이직 초기에 회사에서 나는 이런 상태였다.

 

1. 코드를 어디서 보는지 모름

2. 코드를 봐도 어떻게 실행시키는지 모름

3. 검색해서 npm install을 하라길래 해봤더니 뭔가 주르르르륵 뜸. “ERROR: ….”

4. 에러 내용을 검색해 보면 그 안에도 모르는 것이 있음

5. “앱”… 핸드폰에서 앱스토어에서 앱을 많이 다운로드하지만 여기서 “앱”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음.

6. 패키지? 라이브러리? 모듈? 프레임워크? 뭔가 다르다는데 뭐가 다른지 모름.

7. ….

 

 DeFi 분야에서 내가 맡게 될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이직했지만 이를 어떻게 공유하고, 함께 개발하고, 배포하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서 또 어떤 과정이 필요하며 회사에는 어떤 어떤 팀이 있는지가 많이 생소했다. 주변 동료들한테 물어도 보고 유튜브에서도 검색해보고 하면서 조금씩 점차 IT회사에 적응했다.

 

금융회사 vs IT회사 분위기 차이

 

 사실 내가 아는 IT회사라고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한 군데가 전부여서 정말 일편만을 본 비교일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정확히는 금융회사와 내 현회사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회사와 IT회사의 시각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복장이다. 요즘 금융회사에도 캐주얼한 복장을 장려하고 편하게 입는 분위기가 되어가지만 4~50대가 많은 금융업의 어른들은 여전히 정장을 편하게 여기며 젊은 사람 중에서도 정장을 즐겨 입는 사람이 많다. 캐주얼하게 입는다고 해도 “Business Casual”이라고 해서 셔츠에 니트를 겹쳐 입는 등의 단정한 복장을 자주 입는다. IT회사의 개발자가 어느 날 갑자기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면 분명 사람들이 “무슨 일이지?”하는 시선을 보낼 것이다. 늦게까지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전체적인 연령대가 젊은 IT에서는 금융회사의 “Business Casual”이 오히려 격식 있는 편이고 티셔츠, 청바지, 카디건, 후드티 등의 편한 복장을 즐겨 입는다. 처음 IT로 이직했을 때 나는 기존의 습관이 남아 “Business Casual”로 시작했는데 3년 차인 올해 여름 즈음엔 반바지를 입을 것 같다.

 앞서 말했지만 연령대가 다르다. 금융회사에는 나이 4~50대의 어른들이 많아서 일 외적의 얘기로는 가족, 자녀, 부동산, 옛날얘기 등의 대화가 많았다. 단점도 있지만 당시 20 후~30초였던 나에겐 도움이 되는 현실적 조언들이 많이 있었으며 다소 염세적이고 지친 분위기였어도 따뜻함이 있는 느낌이었다(좋은 어른들을 만났고 내 여러 가지 조건이 적응하기 좋은 조건이었던 덕분일 뿐, 항상 좋은 분위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IT회사로 이직한 후엔 또래가 많다(회사by회사겠지만). 심지어 우리 부서 내에서 내가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다. 덕분에 상당히 밝고 명랑한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다.

 업계의 성숙도의 차이가 있다. 금융업계의 여러가지 사업들은 사실 이미 모든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고 이를 준수한다. 예금, 대출, 적금, 펀드,  보험, 연금, 주식, 채권 등등 모든 것들이 자본시장법에 분류되고 기재되어 정해진 기관에 등록하고 심사를 받는다.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이를 일개 회사의 일개 사원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비교적 침체되어 있지만 안정적이다. IT회사는 “개발”을 하지만 그 도메인은 무궁무진하며 전례 없던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어야 한다. 사업에서 cash flow가 발생하거나 투자를 받기 전까지 불안감은 있지만 생동감 있고 도전적이다.

 

나와 같은 길을 갈 사람들에게

 

 퀀트 <-> 핀테크 개발을 왔다갔다하는 것은 연차가 쌓일수록 어려워진다. 저년차때는 요구하는 기술이 겹치지만 갈수록 다른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양쪽을 다 경험해보고 싶거나 전환을 원한다면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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