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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글벨징글벨 ios 탈출기

백도 황도지사

by 아서킴 2024. 4.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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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탈출기라는 글을 쓴 사람이 저라는 사실을 절대로 저의 전 조직장님이 아셔서는 안됩니다. 매우 슬퍼하실 것이기 때문에.


왜 iOS 개발을 시작했나요?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저의 장기는 구멍 메우기였구요. 너가 안 해? 그럼 내가 할게. 그렇게 시작했다.

 

하다 보니 왜 iOS 개발자가 드문지 알 것 같았는데...

 

- 맥북/아이맥/맥미니 아무튼 맥이 필요

   > 웬만한 게임용 PC보다 비쌈

- 1년에 10만원 이상을 내야 제대로 디버깅할 수 있는 환경

   > 개발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연회비가 있음

 

반면 안드로이드는 어떤 환경에서도 개발할 수 있으며, 돈을 낼 필요도 없다. 진입장벽의 차이 때문에 iOS 개발자가 안드로이드 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다. (현재는 어떤지 모르겠다)

 

왜 탈출했나요?

 

사과 사(社)는 디바이스부터 OS까지 자체 개발, 생산, 판매를 하고, 개발을 위한 툴(Xcode)도 제공해준다. 긍정왕 초보 아서는 이렇게 생각했다.

 

'와~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의 사과는 계속 다른 걸 시켰다.

상태바가 커지더니 SafeArea같은 걸 넣지를 않나, SwiftUI 라는 짱편한 걸 만들었으니 이걸 쓰라고 하지 않나.

아이폰 매년 나오고, 아이패드 사이즈는 다 다르고, iOS 버전 1년에 한번씩 올리고, 그러면 따라서 Xcode도 새로 나오고, Swift는 계속 버전이 올라갔다.

이걸 따라가는 게 재미라면 나름의 재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코드가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버전에 따른 분기가 늘어나는 건 정말 즐겁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서 하나의 제품만 계속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구성만 다르고 코드는 계속해서 돌려쓰고 있었다. 나름 장점이라면, 개발 기간 산정을 정말 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품은 계속 커지기만 하고, 코드를 개선하자니 시간은 없고, 복잡도는 증가하고 있었다. 거기에 코로나가 더해지면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안 그래도 협업에 문제가 없지 않았는데, 재택 근무가 시작된 후로는 정말 소통이 힘들었다. 이제와 돌아보면 결국 적응을 하긴 했지만, 적응하는 동안이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탈출기

 

언젠가부터 제품을 바꾸든 iOS 개발을 바꾸든 둘 중에 하나라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다녔다. 그러던 차에 적절한 제안이 들어왔다.

 

나의 동기이자 먼저 퇴사한 T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나를 교대이층집에 데려갔고, 이 만남이 우리 친분 영원히 포레버 유지하기 위함인 것처럼 위장했다. 꽃삼겹은 차돌박이 마냥 빠르게 익었고,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함께 먹으니 술술 넘어갔다. 꽃삼겹으로 배를 채우는 호사를 누리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T는 나에게 말했다. "너 내 도도독." 혼미해지려던 정신이 번쩍하고 제자리를 찾았다. "허허." "허허허." "허허허허."

T는 퇴사 후 직장을 한 번 더 옮긴 상태였다. 그는 이전 직장에서는 나를 초대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엔 다른 것이 분명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르는데요."

"괜찮습니다. 알고 오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러면 주말까지 생각을 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날 서점에 가서 관련 서적을 구입해 읽었다. 내용은 그럴 듯했으나 선뜻 가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T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주까지 이력서 쓰겠습니다."

 

책을 한 권 더 찾아서 읽었다. 이 책은 좀 더 나았지만, 모호함은 여전했다. 자기소개서에는 긴가민가 싶은 마음을 감추고 확신에 찬 어조로 '너님네 회사는 잘 될 거임'을 어필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자기소개서 같은 건 안 써도 되었다. 그렇게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았다. 면접은 식당에서 한우모듬을 먹으며 진행되었다.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별로 중요한 대화는 아니었다. 면접보다는 소개팅에 가까운 느낌의 자리였다. 근데 이제 옆에서 주선자가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소개팅. 식사를 마치고 1층의 토끼 모양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사무실에 들어갔다. 사무실은 정말 가득 차 있었다. 곧 이사를 할 것이라 했다. 무섭게 확장을 하고 있구나! 나는 프라이빗한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면접관 분들의 회사 어필이 무한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내가 먼저 "연봉 얘기를 하실까요?"라고 말했다. 원하는 연봉을 부르자, 바로 OK를 하셨다. '아 ㅅㅂ 더 부를 걸! ㅜㅜ 더 부를 걸. 더 부를 걸걸걸걸.' 그렇게 서로 웃으며 헤어졌다.

 

다음날 조직장(이하 '판교아버지')을 화상회의로 초대했다.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T가 오래요. 개꿀." 판교아버지가 말했다. "아, T발.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판교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거기랑 연봉 맞춰주면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생각했다. '아니 그럼 진작 맞춰줬어야지 이 사람들아.' 그리고 말했다. "아니요."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그럴 거면 연봉을 더 부르셔야죠.'

 

그 무렵 회사 근처에 우육면과 만두를 파는 집이 새로 생겨서, 가끔 사무실로 출근하는 회사 사람들과 우육면에 튀긴 만두를 먹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12월 24일. 판교는 추웠다. 징글벨징글벨 징글올더웨이. 케익을 사서 집에 갔다. 그렇게 제품도 바꾸고, iOS도 안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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