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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뚝딱 고졸 컴공생 되기

설국 열차장

by 승발자 2024. 6. 9.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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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설국 열차장입니다.

 

여러분은 "특성화고등학교" (a.k.a 공고)를  아시나요?

아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 이름만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혹시 궁금하진 않으셨나요? 저기는 어떤 걸 배울까, 저기는 졸업하고 뭐 하지?

 

"특성화고등학교" 출신 설국 열차장이 시원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 입문

중학교 3학년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고 어떤 고등학교를 갈 것인지 고민 중에 있었습니다.

대부분 집 근처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지원했고 저도 그리하려 했지만,

공부에 자신도 없었고, 뭔가 재미가 없어 보여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고민하던 도중, 마침 주변 다른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본교를 돌며 홍보를 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가능하다."

"일반 교과목이 아닌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선 취업 후 진학 제도를 사용하면 남들보다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다."

"교복이 이쁘다(?) "

 

등등 그 당시 혹할만한 조건들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원하는 분야를 배우며 취업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어려운 게임에서 정석적인 루트가 아닌 꼼수를 통해 지름길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아, 이거구나! 

설국열차장은 무릎을 탁 치며 특성화고등학교에 지원하게 됩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안 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

 

 

가지마아아아아악!!!!

 

특성화고등학교 입학

설국열차장은 면접까지 보며 특성화 고등학교 전자통신과에 입학하게 됩니다.

전자통신과라니, 유사 대학교의 느낌이 납니다.

고등학교였지만 과 별로 반들이 나뉘어있었고, 배우는 과목들도 필수과목 (국영수사과) 외에는 전부 달랐습니다.

 

저는 전자통신과였기 때문에 전자통신과 관련된

납땜, 프로그래밍, 사무(엑셀) 등등의 실습 과목들을 배웠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필수과목들의 비중들은 적어지고 실습과목들의 비중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전자통신과는 납땜 과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게 되는데요,

예시로 3학년 때 납땜 과목이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쭉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루종일 납땜을 하면서 납중독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왜 납땜에 미친자처럼 밥 먹고 납땜만 하는 걸까?

 

바로 "전자기기기능사"라는 자격증 때문입니다.

이 자격증이 있어야 밑에서 얘기하게 될 병역특례 업체에 취직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취업률이 곧 자신들의 실적이었기에 꼭 따게 해야만 하는 자격증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정보처리기능사, 네트워크관리사와 같은

IT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방과후수업을 듣거나 방과 후에 따로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실습위주의 수업이다 보니 자연스레 야자(야간 자율학습)는 없었습니다.

학교 분위기 자체가 공부해서 대학가자! 보다는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자! 라는 분위기여서 그랬던 거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들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다 보니 조금만 공부해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성적 때문에 대학교를 갈까 고민했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산업기능요원" 이라는 제도를 알게 됩니다.

 

병역특례 업체로 지정된 중소기업(혹은 중견기업) 에서 지정된 기간만큼 근무하면 군대를 복무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취업과 군대가 동시에 해결되고 3년 이상의 경력이 쌓이면 선취업 후진학 제도로 대학까지 갈 수 있다?

이건 미친 시너지다 무조건 이용해서 꿀을 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취업 대신 대학을 가라는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병역특례 업체로 면접을 보러 가게 됩니다.

 

 

고생길 시작

결국 면접에 합격하게 되어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해 있는 공장에 취직하게 됩니다.

K2 소총 조준기, 자주포에 들어가는 렌즈 등을 만들어서 방산 업체에 납품하는 하청 업체였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곳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편도 2시간 30분)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됩니다.

기숙사는 총 4명이서 생활했습니다. 당연히도(?) 제가 제일 어렸고 막내라고 잘 챙겨주시는 덕분에

적응도 빨리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밥이 맛있었음 ㅎㅅㅎ)

 

 

 

공장에서는 QC/QA 업무를 했었습니다.

돌덩이 같은 렌즈의 원재료를 기계에 넣고 돌리고 깎으면 유리처럼 반들반들 해지는데,

이 렌즈에 흠집은 없는지, 곡률이 알맞은지 등등을 체크해서 불량 렌즈를 걸러내는 게 제 업무였습니다.

 

렌즈를 확인하기 전에는 항상 깨끗하게 닦았어야 했는데,

이때 터득한 기술로 누구보다 안경을 깨끗하게 닦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업무 전에는 i can do! , you can do! , we can do! 를 외치며 업무를 시작했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오글거리면서 따라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것도 낭만이라면 낭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캔두유캔두위캔두~

 

공장에서의 하루는 청소로 시작해서 청소로 끝났었습니다.

 

[대충 스케줄표]

아침 6:30분 : 기상 및 세면

아침 7:00 ~ 8:00 : 공장 청소

아침 8:00 : 업무 시작

아침 10시 : 10분 휴식

오후 12시 ~ 1시 : 점심

오후 4시 : 10분 휴식

오후 4:30 ~ 5시 : 공장 청소

오후 5시 퇴근

 

사장님이 이따금씩 공장을 둘러보곤 하셨는데,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거나 먼지가 보이면 공장이 떠나갈 듯이 사자후를 시전 하셨기에 병적으로 청소를 해야 했었습니다.

덕분에 효율적인 대걸레질과 생각지 못한 장소에도 먼지가 쌓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직원들이 힘들다 하여 청소업체를 고용하였지만 청소업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직원들에게 시켰습니다.

이때의 영향으로 주말에 집에 돌어가면 먼지랑 머리카락밖에 보이지 않는 병에 걸렸었습니다. (지금은 완쾌)

 

공장에서의 일은 적응되니 괜찮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이 단순 반복노동이었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처럼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계속하게 됩니다.

 

인생 쉽지않다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평화로운 공장생활을 이어가던 중,

 

근무하던 팀에 신입이 들어와서 사수를 맡게 됩니다.이것저것 일도 알려주고 대화도 나누면서 꽤 친해졌었습니다.

그러다 신입 환영회 겸 회식을 하게 되는데, 이분이 술에 취해 자기 월급을 말하며 '월급이 너무 적은 거 아니냐' 하는 

한탄을 듣게 됩니다.

 

이때 저는 110만원 정도의 월급이었고, 이분은 2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경력도 몇 개월 안 되지만 내가 더 많고 일도 내가 알려주고 있는데 어떻게 나보다 월급이 두 배나 높은 걸까 하

의문이 들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나중에 기숙사 형들에게 물어보니,

 

"4년제 대학을 나와서 그런 거다. 여기는 고졸이랑 전문대, 4년제 대학이 월급이 다르다." 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아, 내가 일을 잘하고 말고는 상관이 없었구나, 열심히 한다 해도 앞으로도 학력이 다르다는 이유로 월급이 다르겠지?

이렇게 작은 회사도 학력으로 급이 나뉘는데 큰 회사로 가면 격차가 더 심해질 것 같았습니다.

 

학력으로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되니까 대학을 가야겠다. 마음을 먹게 됩니다.

 

 

 

공장 탈출

수능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시는 답이 없다 판단하고, 수시전형을 준비하게 됩니다. 정말 다행이었던 건

특성화고 졸업자는 특성화고 특별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지원할 수 있는 과가 동일계 과에만 지원할 수 있게 한정되어 있지만특성화고 졸업생들끼리만 경쟁이 붙기 때문에 저로서는 가능성이 제일 높았습니다.

 

해당 전형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교장 추천서가 필요한데요, 추천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고3 담임 선생님한테 가스라이팅도 당하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찌어찌 발급은 받게 됩니다.

 

이때 수시 접수 기간이 한 달도 채 안 남았던 터라 퇴근하고 매일 새벽까지 자소서를 쓰고 친누나에게 자소서 첨삭을 받으며

겨우겨우 접수 기간에 맞춰 지원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대학교 못 가면 이 회사에 썩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이 악물고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일가고 싶었던 대학교에 예비 1번을 받고 오매불망 합격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다른 곳에 합격한 곳이 있어서 회사에 대학교에 갈것이다 라고 말하니, 이번주까지만 출근하라 해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동안 정들었던 회사 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짐을 싸고 있으니 드디어 나가는구나 싶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었습니다. 1년도 안 됐던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첫 사회생활을 빡세게 배워서 그런지 얻어가는 게 많았었네요. 지나고 보면 나름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라 다루지는 못했지만,

설국열차장 큐피트, 폐급 동기, 결벽증 사장님 등등... 공장에서 여러 가지 썰들이 있어서 시간 나면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비 1번 받았던 학교에서는 합격전화가 와서 컴공과로 입학을 하게 되고 무사히 졸업까지 하게 됩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났네요.

 

긴 이야기였는데 끝까지 봐주신 여러분들께 모두 감사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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