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애시대>가 방영되던 2006년, 아서에게도 대연애시대가 열렸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연애는 근본적으로 이런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드라마가 <연애시대>이다. 하지만 드라마, 영화, 만화, 소설 속의 연애가 나의 현실과 맞을 리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없었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연애 하나만 고민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개복치 같은 삶을 살던 아서는 고민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와중에 연애를 남의 이야기로만 배워서, '아 연애라면 무릇 이래야 하는구나'라며 황새를 쫓던 뱁새 아서는 가랑이가 찢어져서 많은 눈물을 흘렸더랬다. 그중에서 <연애시대>는 감정-연애 당사자로서 무릇 지녀야 할 마음가짐-적인 부분에 대해서 훈수를 많이 해주었고, 아서는 가슴으로 이해했지만 머리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오류에 빠졌다. 각자 다른 사람과 썸을 타거나 연애를 하지만 마음 속에는 여전히 서로가 크게 자리잡고 있는 유은호와 이동진을 보면서, 아서는 진정한 사랑은 마음 속에 오래 남아야 하는 것이니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고, 그것이 궁극의 연애"라는 명제는 실제로 참일 수 있으나, 눈앞의 연애가 가짜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오류를 만들었다. 그렇게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가랭이'가 수도 없이 찢어져 가며 연애를 배웠다고 한다.
권보드레 님이 쓴 책 <연애의 시대>는 '연애'라는 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사료(史料 - 고양이사료 말고 역사에서 쓰는 그거)를 통해 분석한다. 연애는 태초부터 있던 개념이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점점 줄어들면서 도파민을 빠르게 짜내기 위한 방법으로 연애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고, 많은 이들이 이 방법을 암묵적으로(사회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연애는 (아닌 척하지만) 사회가 만들어 낸 일종의 규칙이다. 드라마는 나름의 룰을 제시하고, 사회인인 나는 그것을 배운다. 배운다고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다면 지금의 나는 이러고 있지 않을 것이다.
<연애시대> 최고의 장면은 유은호가 아버지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익명으로 연애에 대한 사연을 남기고, 그 사연에 대해 DJ 아버지가 조언을 해주는 장면이다. "행복해라, 은호야."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고민하고, 고민에서 내린 결론을 피하려 하지 말자.
https://youtu.be/vZXAtbmUzxI?si=s9aW8j7QuTZMMpjB
가을방학의 <취미는 사랑>은 제목만 보면 '연미새(연애에 미친 새X)'를 떠올리게 하지만,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건 좀 더 큰 의미의 사랑이다. '사랑을 연애에 국한할 수 없고, 이성적으로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을 드라마로 만든 것이 <나의 아저씨>이다. 많은 이들이 방영 전에 제목만 보고 우려를 표했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박동훈 부장님은 넘쳐나는 인류애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연애를 하고 싶어 몸부림치는 박동훈의 아내는 박동훈에게 너와 나의 연애는 잘못되었음을 울면서 말하지만, 결국 박동훈의 인류애에 감복하여 본인이 가지고 있던 사랑의 정의는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인류애를 펼치느라 정작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박동훈은 끝내 외로운 눈물을 흘린다. 성인(聖人)의 길은 쉽지 않다.
<나의 아저씨>를 (굳이 그래야 하나 싶지만) 한 개의 회차로 요약을 하자면 9화라 할 수 있다. 티비를 켜고 볼 게 없거나, 밥 먹다가 심심하면 <나의 아저씨> 9화를 시청하던 시기가 있다. 10번도 넘게 봤다. 제 식구들 괴롭히는 놈들은 다 죽이겠다는 박동훈은 인류애 마스터답게 죽이지는 않고, 일방적으로 때리지도 않고, 쌍방 폭행을 통해 인류애를 교육한다. 너무 어려운 상황에 처한 나머지 성인의 말씀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이지안은 도청을 통해 인류애를 배운다. 성인의 말씀에 감복한 이지안은 회현 근처 다리(카카오맵 로드뷰 바로가기)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한다. '어릴 때' 저지른 실수,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사건은 모두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는 박동훈의 모습은 언제봐도 감동적이다.
<나의 아저씨>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긴 하지만, 사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내 주변에서 <나의 아저씨>를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중년 이상의 남성이고, 거기에 내가 같이 끼는 것 같아서 영 내키지가 않는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해봤다. 그러면 어떻게 살짝이라도 벗어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https://youtu.be/ll4QIbU1kv4?si=NJikeDj9UBvY-Fwe
이 얘기는 너무 많이 하고 다녀서, 나를 아는 이들은 또 저런다고 할 것이다. <사랑의 이해>는 2023년 아서 어워즈 드라마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상황을 크게 놓고 보면 <연애시대>와 매우 유사하다. 서로의 마음을 알지만 다른 연애를 하는 두 주인공은 한 직장에서 일을 한다. 하상수 과장은 마음에 품은 이(안수영)가 아닌 대학 후배이자 동료인 박미경과 연애를 한다. 안수영은 안수영대로 하상수가 아닌 다른 이와 연애를 한다. <연애시대>와 다른 것은 연애가 일어나는 현실의 상황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계급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애의 양상들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 역시 진정한 사랑은 존재하고, 눈앞의 그가 진짜가 아닐 수도 있음을 설파하지만, 닳디닳고 닳디닳고 닳디닳은 아서킴은 더 이상 그런 것에 속지 않는다.
11화에서 하상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헤어지자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이미 박미경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상수가 그 말을 꺼내지 않았음에도, 할 말이 있다는 말만으로도 이미 헤어지자는 얘기를 들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연애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패배자 박미경을 내치고 하상수는 안수영과 다시 잘해보려고 하지만 안수영은 다시 숨는다.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안수영은 왜 숨었나. 이것이 <사랑의 이해>의 핵심이다. 안수영은 그 옛날의 아서처럼 연애 하나만 고민하면 되는 상황이 아니다. 지옥같은 세상 족구나 하라 그래! 라며 숨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연애는 현실이고 늘 눈앞에 있음을 놓쳐선 안 된다.
하상수가 박미경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한 날은 박미경의 생일이었다. 자기 생일 선물은 받고, 상대방 생일이 되기 직전에 헤어지는 것은 10대 때 많이 들었던 풍문이다. 아무리 포장을 하려고 해도 하상수는 개xx가 맞다.
https://youtu.be/L4fvXGBSzu0?si=4uSZiuH7DRlsMt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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