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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침, 옷장 앞에서

백도 황도지사

by 아서킴 2024. 4. 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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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좋아하지만 옷만큼은 예외다. 보통은 헛돈을 지출하고나면 '이건 다음엔 사지 말아야겠구나'하고 생각을 하고, 다음번 행동을 잘할 수 있게 되지만 옷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도 쉽지 않구나.' 실용주의자에게 옷은 몸을 가림으로써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려니까, 똑같은 옷을 매번 입을 수는 없고, (IT 회사에서 매일 똑같은 옷을 입으면 스티브 잡스냐는 말을 듣는다) 여차하면 개발자냐는 소리를 듣는다(사실적시 명예훼손). 거기에 더해 한반도의 날씨는 요란하게 변화하고 많은 옷을 필요로 한다. 옷이 많은 건 계절이 3종류(대충 봄가을은 하나로 하자)이기 때문이고, 일년에 하나씩 옷을 산 게 10년이 넘게 쌓였기 때문이다.

 

오늘도 옷장 앞에 서서 무엇을 입을지 고민한다. 늘 생각한다. 어제 자기 전에 생각해둘 걸. 이것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고민이며,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뤘다. 이제 더 미룰 수 없다. 골라야 한다.

 

1. 날씨 확인

 실용적이기라도 해야 한다. 날씨부터 확인하자. 온도별 옷입는 방법은 검색을 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남성 버전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보통 최고 기온은 한낮이니 중요하지 않다. 야외에서 움직이는 시간의 온도를 살펴보자. 나무위키

2. 상의

 - 영업일 기준 5일 이내에 입은 옷인가? 패스

 - 오늘 벌어질 이벤트는 무엇인가?

   : 불을 피워 고기를 먹는다 → 기름을 뒤집어 써도 아깝지 않은 옷

   : 고위직과 회의 → 파워 개발자 후드티

   : 처음 보는 누군가를 만난다(외부 업체나 면접 등) → 일코

   :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 강력해보이기

   : 오랜만에 만나는 옛 동료 → 이전 회사 다닐 때는 안 입던 옷

   : 술 마시는 회식 → 회식 전용 티셔츠

   : 오후 반차 → 휴일 느낌

   : 오전 반차 → 평일 느낌

 - 기분에 따라

   : 평소 → 회사에 좋은 옷 입고 가봐야 소용 없다. 회사에 비닐봉지 들고 다닌다는 유명한 글이 있다. 본받자. 링크

 

블라블라: 출퇴근때 가방 뭐 들고다니는지도 신경써야함?

나 출퇴근때 그냥 편의점 비닐봉지 1년넘게 들고다니는데(주머니에 넣기엔 짐이 많고 가방을 쓰기엔 적음..그러다가 편의점갔을때 받은 봉투 계속 쓰는중..헤지면 비닐봉지 하나 더 사서 쓰고)

www.teamblind.com

      : 괜히 좋음 → 새로 사서 휴일에 몇 번 입고, 회사 갈 땐 한번도 안 입었던 옷.

  - 주로 입는 옷

   겨울엔 후드티 봄가을엔 남방 여름엔 티셔츠

 

3. 하의

  청바지 5개 돌려입기. 여름엔 여름바지 5개 돌려입기.

 

4. 외투

  한국의 날씨를 저주한다. 겨울은 그러려니 하지만 그라데이션으로 변하면서 여름으로 갈 때는 너무 어렵다. 교복입고 싶다.

 

5. 신발

  편한 거 하나 사서 닳을 때까지.

 

6. 양말

  겨울엔 발목 높은 거, 여름엔 발목 없는 거. 요란해도 된다. 요란해지기 가장 쉬운 것이 양말이다. 어차피 잘 안 보인다.

 

7. 가방

  괜히 이것저것 메어봐야 집에 놓고 온 물건이 생길 뿐이다. 주머니 많은 걸로 하나만 메자.

 

 

옷을 사는 건 정말 어렵다. 사회 초년생 시절 외투 하나랑 바지 하나 사기를 마리오아울렛에서 8시간 동안 돌아다닌 적이 있다. 실패는 안 했지만 ROI 따지면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이곳저곳 장바구니에 옷이 담겨 있지만 결국 계절이 지났다. 정말 주는대로 입을 테니까, 누가 '이거 사', '이거 입어' 했으면 좋겠다.


ARTHUR 티셔츠에 대해

아마존에 가면 다 있다

ARTHUR 티셔츠 아마존

단돈 21불이면 아서 티셔츠를 살 수 있다. 웬만한 영어 이름은 아마존에 가서 이름 + 티셔츠로 검색하면 다 나온다. 안 나온다면 이미 본인도 스스로가 어떤 다수의 영역에 속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자랑스러워 하자.

 

회사 밖의 나는 한국어 이름으로 불리우고, 회사에서의 나는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둘은 다르다. ㅈ모 씨는 진중하고, 도덕적이며, 올곧은 사람이다(픽션이냐 묻지 않긔). 아서는 망나니다. 회사에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어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는 이유는 당최 무엇일까. 별로 이야기할 것도 없다. 현실(=회사 밖)에서 본인 이름이 크게 적힌 티셔츠 입고 다니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무슨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아래의 이유는 핑계일 뿐이다. 주변 사람들은 주로 1) 그게 뭐예요 ㅋㅋㅋ 2) 어디서 샀어요? 라는 반응을 보였다.

 

강화

게임에서 같은 계열의 아이템을 세트로 맞추면 추가 효과가 생긴다. 망나니+1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명찰

"아 저 분 이름이 뭐였지?" 뚫어져라 사원증을 보자니 실례인 것 같다. 친절하게 이름을 크게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이라니!

 

작업복

회사 밖에서 입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회사 갈 때 별 생각없이 주워 입을 수 있다.

 

 


1000 커밋 기념 티셔츠에 대해

 

팀장이 되면 해보고 싶었던 이벤트 중에 하나였다. 옷 얘기와는 관계가 없다. 잠옷으로 잘 사용하고 계신다고 들었다. 깃허브 티셔츠를 살까 하다가 좀 더 집중적인 메시지가 좋을 것 같아서 커스텀했다. 티셔츠 커스텀을 해주는 사이트는 많다. 한 장씩도 해준다. 집에 한글로 '트랜잭션'이라 적힌 티셔츠가 있는데 이것도 커스텀한 것이다. 서비스 런칭할 때 입으려고 맞췄다. 해외에서 입기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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